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이제 주춤하면서 밤낮의 기온 차가 커지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더위 때문에 미뤄두었던 피부과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중 한관종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눈에 띈다. 얼굴에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병변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난 번에 이야기 했던 에크린땀샘낭종 외에도 한관종과 유사하며 헷갈릴 수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피지샘증식증'이다.

 한관종과 피지샘증식증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질환인데 근복적인 기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관종이 땀을 만드는 땀샘으로 부터 기원한 양성 종양인 반면,피지샘증식증은 피지를 만드는 피지샘으로부터 기원한 양성종양이다.

 한관종은 전체 인구에서 1%정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피지샘증식증의 유병율도 같은데 전체 인구에서 1% 정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1%라면 어떻게 보면 작다 느낄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1%의 발병률은 흔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두 질환 모두 흔한 질환이며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 또한 많은 것이다.

 피지샘증식증도 한관종처럼 주로 얼굴에 발생하며, 드물게는 가슴이나 성기등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얼굴에서의 분포는 차이가 있는데 한관종처럼 눈주위에 몰려서 생기기 보다는 이마,코,눈가,뺨등 곳곳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생긴 모양은 보통 2~6mm 직경을 가지며 살색 또는 황색의 돌기 형태로 나타나는데, 
한관종과 약간 다른 것은 표면을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하며 중앙부가 배꼽 모양으로 함몰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피지샘증식증이 항상 이렇게 전형적인 모양을 띠는 것은 아니며 한관종과 같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의사들도 헷갈릴 수 있다.

 한관종과 피지샘증식증의 조직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면 더욱 확실히 구분이 가능한데 한관종은 올챙이 같은 작은 땀관들이 증식한 양상을 보이는 반면, 피지샘증식증은 피지샘들이 털을 만드는 모낭 주위에 증식하여 병변 부위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직검사를 하면 피지샘인지 땀샘인지 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가능한 것이다.

 피지샘증식증과 한관종은 질환의 발생 시기에 차이를 보이는데 한관종은 보통 청소년기 부터 생기기 시작해 나이가 들며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피지샘증식증은 주로 장노년층에서 발생하고 아주 드물게는 유소아 청소년기에 발생하기도 한다.나이가 들면서 점차 증가하는 양상은 한관종과 같다.

 피지샘증식증과 한관종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치료법에선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피지샘증식증 치료은 주로 탄산가스레이저를 많이 사용하여 치료한다.하지만 탄산가스레이저로 피지샘증식증을 치료 시 증식한 피지샘을 다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하고 너무 한번에 제거하려다 넓은 범위를 태우면 흉터를 남기게 된다.따라서 재발가능성에 대한 설명 하에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고주파미세절연침(아그네스)를 이용한 치료도 하고 있는데 고주파미세절연침시술은 처음에 여드름 치료를 위해 개발된 기기인데 여드름의 발생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이 피지분비이다. 여드름이 난 부위의 피지샘을 미세침으로 찌르고 고주파를 흘려서 파괴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그 치료원리이다.
 즉 피지샘파괴를 위해 고안된 장비이므로 피지샘이 증식한 질환인 피지샘증식증의 치료에도 사용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미세한 침으로 찔러 피지샘을 파괴 하기 떄문에 병변이 크다면 병변 전체의 피지샘을 한 번에 파괴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여러 번 치료하거나 탄산가스레이저와 복합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한관종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또 다른 질환인 피지샘증식증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얼굴은 유사한 듯한 서로 다른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그래야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효과적인 치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구분할 줄 아는 전문가에게 치료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